이용자 차별을 막고 건전한 유통구조 정착을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콧대놓은 단말기 출고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출시된 삼성전자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는 89만9800원에 출고됐다.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80만원대로 출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노트의 위상을 고려하면 '첫 80만원대'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던 갤럭시노트4의 출고가는 95만7000원이었고,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는 무려 106만7000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첨단기술을 집약시켰다'고 자랑하는 최신제품 '갤럭시노트5'의 출고가가 직전모델보다 5만7200원, 노트3보다 16만7200원이나 싸게 나온 것이다. 노트5 64기가바이트(GB) 모델의 출고가도 96만5800원으로, 100만원을 밑돈다. 같은날 출시된 '갤럭시S6 엣지플러스' 32GB 모델의 출고가는 93만9400원이다. 

단통법 시행 반년이 되어가던 지난 4월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가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고가 전략'은 변함이 없었다. 갤럭시S6 32GB의 출고가는 85만8000원으로, 전작 갤럭시S5의 86만6800원과 거의 비슷했다. 갤럭시S6 64GB 모델은 92만4000원, 갤럭시S6엣지 32GB 모델은 97만9000원, 64GB 모델은 105만6000원이었다.

그러나 고가 신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과거처럼 이통3사가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실을 수 없기 때문에 갤럭시S6는 초반 흥행몰이를 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삼성전자는 3개월만에 출고가를 10만원가량 낮췄다. 갤럭시노트5 출시에 대비해 '재고떨이' 목적이기도 하지만,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삼성전자의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사실 정부는 단통법에 '분리공시제'까지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통사가 보조금을 공시하는 것 외에 단말기 제조사도 판매장려금을 공시토록 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강력한 반발로 불발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춰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무산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통법 시행으로 단말기 출고가는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으로 과열경쟁을 벌이지 않게 되면서 휴대폰 구입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거의 '공짜'로 구입할 수 있었던 휴대폰을 수십만원씩 주고 사려니 구입이 주저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싼 휴대폰이 팔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LG전자는 'G4'가 잘 팔리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에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들어 중저가 스마트폰을 줄줄이 내놓는 이유도 비싼 제품이 팔리지 않아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플러스를 이전에 없던 '80만원대 파격가'로 출고한 것도 이런 소비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급할 수 있는 최대 보조금은 33만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출고가가 높으면 그만큼 소비자 구매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판매저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분리공시제로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무산됐지만 단통법의 영향으로 출고가는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출고가 인하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영향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가 스마트폰 제품이 이전만큼 잘 팔리지는 않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395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15.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 이후 최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여전히 진통이 있긴 하지만 고가와 중저가 시장으로 단말기 시장이 양분되고 20% 요금할인 등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사도 출고가를 낮췄고 시장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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